김 행숙 / 그곳에 있다
그곳에 있다
신체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되었어
기도하기 좋은 곳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서
나의 신체는 멈추었다
나는 그리워했다
그리워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
절벽에 매달린 기분으로
너의 손을 잡았을까
그런 기분으로
너의 손을 놓칠 때
허공을 할퀴는 분홍 손톱들이 활짝 피어나는 곳에서
저녁의 꽃처럼 오므리는 곳에서
김 행숙
The Red Violin, OST - Anna's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