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터트려 하나씩 반경으로 세월을 먹는
나무의 나이테를 생각해
우둘두둘 외피, 검은 부딪힘으로도
이리저리 방향 모를 가지, 기약없는 後日로도
늘 해를 향하고 내내 지켜지는 그 뽀얀 속살을 생각해.
그 자리, 오지 않아도 그만 그저 기다리는 거라고
단단하게 속으로 삭여 안는 깊은 눈물을 생각해.
가을의 부유를 스스로 털어내며 빈손으로 겨울을 견디고
다시 시작하는 그 봄의 의미를 생각해.
계절마다 이치라고 제 몸을 틀어 알리는 나무
그 나무를 생각해, 순리를 생각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아픔을 생각해, 견뎌야 할 시간을 생각해
그리고 다시, 나를 생각해.
온기도 웃음도 모두 아직 이라고, 터진 살마다 삶이라고.
흔들리는 아우성 속에서도 긴 호흡으로
눈을 늘이면 은총으로 가는 고통이라는 하늘을 생각해
훈장처럼 상흔을 매달고 흔적을 세월에 담아, 곧게
늘 빛을 향하는 나무를 생각해.
앞도 뒤도 없는 같은 자리, 그 자리에서
그래도 내일을 내일로 이어가는 그 나무를 생각해.
나를 생각해.
나무 / 2006-11-17
Kalaila - Pushk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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