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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Cesar Vallejo, 세사르 바예호 / 아가페 外 2편

by 알려하지마 2010. 5. 18.

 

 

 

 

 

 

                                                                                                                 Cesar Vallejo   (세사르 바예호,  폐루, 1892-1938)

 

 

 

 

 

 

 36

 

 

바늘구멍으로 서로 먼저 들어가 이기려고
으르렁대며 치고 받는다.
원의 네 번째 각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날 판이다.
사내는 꽃을 피울 수 없다 보니
젖가슴을 키워가며
계집이 된다.

 

밀로의 비너스, 거기 계신가?
실존의 완벽한 팔들 가운데
불구의 팔을 드러내는
그대.
실존의 영원한 미완은
아직 유효하다.
밀로의 비너스! 그대의 창조되다 만 팔,
잘려진 팔을 거두어 말더듬이를 고쳤다면
파랗고 조그만 돌멩이들 위에 놓으시오.

 

죽지 않은 지난밤은 이제 막
동녘을 향해 낙지처럼 기어온다.
절박함을 건지는 그대! 괄호를
건지는 그대!

 

그리고, 당신들, 당신들은 조화의 신이 만든
든든한 두 개의 안전망에 식물을 놓지 마시오.
대칭을 분명히 거부하시오.
가장 올바른 이가 되겠다고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겠다고
치고 받는 싸움을
좀 뜯어말리시오.

 

왼손 새끼손가락이 불현 듯
생각난다. 손가락을 본다.
내 것이 아닌 듯한, 적어도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것 같다.
화가 나고 부끄럽다.
그 손가락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오늘이
목요일이라는 셈을 하지 않고는.

 

위대한 고독이여!

새로운 홀수에 자리를 양보하라!

 

 

 

 

30

 


나른해진 온몸,
타오르는 욕망의 순간적 불꽃,
방황하는 고추의 매운 맛,
부도덕한 오후 2시.

 

끝과 끝이 만나는 경계선의 장갑.
왜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것에
성의 안테나를
접목할 때, 확실히 감지되는 향기로운 진실.

 

최상의 목욕이 내는 거품.
여행하는 가마솥은
부딪치면서, 하나가 된 신선한 그림자를 만들고,
색깔, 분해, 끈질긴 생명을 뿌린다.
영원한 끈질긴 생명.
두려워말자. 죽음도 그러하리라.

 

단 한 순간을 위해 그토록 오래 물건을
싣고 있었냐고 가볍게 투정하는
그녀의 발랄한 성기.
우리의
가난한 날과 거대한 밤 사이에 있는 권역.
부도덕한 오후 2시.

 

  

 

 

 

 

 

 

 

 

 

 

 

 

 

아가페  

 

 

그 누구도 오늘 나에게 물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이 오후에 그 아무것도 내게 청하지 않았습니다  

 

찬란한 빛의 행렬 아래에서  
단 한 송이 묘지의 꽃마저 보지 못했습니다  
주님!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음을 용서해주세요  

 

이 오후에, 모든 이들은  
내게 묻지도, 청하지도 않은 채 지나갑니다  

 

저들이 잊은 것이 무언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손에서는 남의 것처럼 이상합니다  

 

밖으로 나갔습니다  

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어서요  
여러분이 잊은 거, 여기 있어요  

 

사람들이 왜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  
오후에는 언제나,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후만 되면 내 영혼은 남의 것 같습니다  

 

그 아무도 오늘 제게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오후에 나는 너무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습니다  

 

 

 

 

 

 

 

 

Frantisek Batka : Nude 1,2,3

Boguslaw Lustyk : Nude 4

 

 

 

 

 

 

 

 

 

 

 

 

 

 

 

 

 

 


      

 

Ayo - Lon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