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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o/하늘 그리기

Marianne Delord / 꽃

by 알려하지마 2014. 6. 13.

 

 

 

 

 

Marianne Delord  (France)

 

 

 

 

 

 

 

1


꽃은 몇 겹으로 일어나는 슬픔을 가졌으나 푸른 들개의 눈을 달고 들개처럼 울고 싶었는지 몰라 저 불안전한 꽃잎 하나 만으로 죽음도 환할 수 있으니

저 얇은 찢어짐 하나 가지고 우울한 우물을 파낼 수 있으니 이게 바람 대신 울어주는 창호지 문인지 몰라 꽃은 죽고 나무만 살아있으니 나무속에 끓고 있던 눈물의

일부일지 몰라 검은 점으로 부서졌다가 재가 되는 꽃 마지막 뼈일지 몰라 밤새 꽃을 내다 버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죽은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바람에게 끌려가는 소리 간지러웠던 피 모두 흘려버리고 매운 꽃나무 뿌리를 다시 찾아가는 순간일지 몰라

 

 

 

 

 

2

 

 꽃들이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공허한 내 등뼈를 구경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곳에 꽃이 없어졌을까 언제부터 이곳에 이처럼 딱딱한 굵은 슬픔 한 줄 그어져 있을까

 

 

 

 

 

3

 

어떤 봄날에 꽃 보러 가는데 불현 듯 배가 고팠다 배고프면 위험한데 깜깜한 짐승이 되는데 눈 먼 푸른 박쥐처럼 더러운 바닥에도 엎드리는데

허기져도 꽃은 여전히 꽃이 되고 있었다 떨릴 때에도 모른 체 하고 하루씩 하루씩 꽃이 되고 있었다

 

 

 

 

 

4

 

그동안 산맥과 구름 사이에 너무나 많은 꽃잎을 날렸다 어떤 슬픔인지도 모르는 그 걸 멈추고 거기다 너무나 많은 못을 박았다

 

 

 

 

최 문자 / 꽃구경

 

 

 

 

 

 

 

 

 

 

 

 

 

 

 

 

 

 


           

 

Eleni Karaindrou - Ulysses Theme Lento L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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