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nne Delord (France)
1
꽃은 몇 겹으로 일어나는 슬픔을 가졌으나 푸른 들개의 눈을 달고 들개처럼 울고 싶었는지 몰라 저 불안전한 꽃잎 하나 만으로 죽음도 환할 수 있으니
저 얇은 찢어짐 하나 가지고 우울한 우물을 파낼 수 있으니 이게 바람 대신 울어주는 창호지 문인지 몰라 꽃은 죽고 나무만 살아있으니 나무속에 끓고 있던 눈물의
일부일지 몰라 검은 점으로 부서졌다가 재가 되는 꽃 마지막 뼈일지 몰라 밤새 꽃을 내다 버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죽은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바람에게 끌려가는 소리 간지러웠던 피 모두 흘려버리고 매운 꽃나무 뿌리를 다시 찾아가는 순간일지 몰라
2
꽃들이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공허한 내 등뼈를 구경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곳에 꽃이 없어졌을까 언제부터 이곳에 이처럼 딱딱한 굵은 슬픔 한 줄 그어져 있을까
3
어떤 봄날에 꽃 보러 가는데 불현 듯 배가 고팠다 배고프면 위험한데 깜깜한 짐승이 되는데 눈 먼 푸른 박쥐처럼 더러운 바닥에도 엎드리는데
허기져도 꽃은 여전히 꽃이 되고 있었다 떨릴 때에도 모른 체 하고 하루씩 하루씩 꽃이 되고 있었다
4
그동안 산맥과 구름 사이에 너무나 많은 꽃잎을 날렸다 어떤 슬픔인지도 모르는 그 걸 멈추고 거기다 너무나 많은 못을 박았다
최 문자 / 꽃구경
Eleni Karaindrou - Ulysses Theme Lento Largo
'Poto > 하늘 그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Priska Wettstein / 꽃에 대한, IV (0) | 2014.09.17 |
---|---|
Mia Friedrich / 꽃에 대한, III (0) | 2014.08.29 |
Philippe Sainte-Laudy / 神의 선물 II (0) | 2014.05.11 |
Philippe Sainte-Laudy / 神의 선물 I (0) | 2014.05.10 |
Chris Friel / Field (0) | 2014.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