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ik Mikou
Duineser Elegien (두이노의 비가) , 1912-1922
Rainer Maria Rilke (릴케)
제 2 비가
무섭지 않은 천사는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너희들, 영혼의 거의 치명적인 새들을, 알면서도,
나 노래로 찬양했다. 토비아의 시절은 어디로 갔는가,
찬란한 천사들 중의 하나 길을 떠나려 약간 변장하고
수수한 사립문 옆에 서 있던, 조금도 두렵지 않던 그 시절은.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그 청년의 눈에도 청년으로 보이던).
이제는 위험스런 천사, 그 대천사가 별들 뒤에 있다가
우리를 향해 한 걸음만 내디뎌도, 하늘 높이 고동치며
우리 심장의 고동은 우리를 쳐죽일 텐데. 너희들은 누군가.
일찍 성취된 것들, 너희들 창조의 응석꾸러기들,
모든 창조의 산맥들, 아침 노을 드리운 산마루,
꽃피는 신성(神性)의 꽃가루,
빛의 뼈마디, 복도들, 계단들, 왕좌들,
본질의 공간들, 환희의 방패들, 폭풍처럼
날뛰는 감정의 붐빔, 그리고 갑자기 하나씩 나타나는 거울들 :
제 몸 속에서 흘러나간 아름다움을
다시 제 얼굴에 퍼담는.
우리가 느낄 때마다 우리는 증발하는 까닭이다. 아,
우리는 숨을 내쉬면서 사라진다. 하나씩 타들어가며
우리는 갈수록 약한 냄새를 낼 뿐. 그때 누군가 말하리 :
그래, 너 내 핏줄 속으로, 이 방으로 들어오라, 봄은 너로 가득 찼으니...
무슨 소용인가, 봄은 우리를 잡을 수 없어,
우리는 그 속, 그 언저리에서 사라진다. 아름다운 자들,
오, 그 누가 그들을 잡아둘까? 그들의 얼굴에는 끊임없이
겉모습이 씌어졌다 사라진다. 새벽 풀에 매달린 이슬처럼
우리의 겉모습도 우리에게서 뜬다.
마치 뜨거운 요리에서 열기가 떠나는 것처럼.
오 미소여, 어디로 갔는가?
오, 우러러봄이여 : 심장의 새롭고, 뜨겁고, 사라지는 물결 ㅡ :
슬프다, 우리는 그러한 존재들, 우리가 녹아들어간
우주 공간도 우리 몸의 맛이 날까?
천사들은 정말로 저희들 것만, 제 몸에서 흘러나간 것만 붙잡나,
아니면, 가끔 실수로라도 우리의 본질도 약간
거기에 묻혀 들어갈까.
우리는 그들의 표정 속으로 마치 임신한 여인들의 얼굴에
모호한 것이 떠오르듯 묻혀 들어갈까.
그들은 제 속으로의 귀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떻게 그걸 알리오)
사랑하는 사람들은,
할 수만 있다면 밤 공기 속에서 놀랍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우리에겐 모든 것이 숨겨진 듯 여겨지는 까닭이다.
보라, 나무들은 존재하고, 우리 사는 집들은 여전히 서 있다.
우리는 다만 들며 나는 바람처럼 모든 것 곁을 지나칠 뿐이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되어 우리에게 침묵하는구나.
한편으로 수치스럽다고 여겨서인지,
한편으로는 말할 수 없는 희망에서 그런지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들, 너희 서로에게 만족한 자들아,
너희에게 나는 우리를 물어본다.
너희들은 서로 붙잡고 있다, 증거가 있는가.
보라, 나의 두 손은 서로를 의식하게 되었고, 또는
나의 닳고닳은 얼굴은 나의 두 손 안에서
몸을 사림을. 그것이 내게 약간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가 감히 존재한다 할 수 있으랴.
그러나 상대방이 압도되어 이제 그만이라고 간청할 때까지
상대방의 황홀 속에서 성장하는 너희들, 포도송이의 세월처럼
손길 아래서 더욱 풍요로워지는 너희들,
상대방이 우위를 점하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끔
쇠락하는 너희들. 너희들에게 나는 우리에 대해 묻는다.
나는 안다, 그처럼 행복하게 서로를 어루만지는 까닭은
애무하며, 너희들 사랑스런 자들이 덮는 곳이 사라지지 않고,
너희들이 거기서 순수한 영속을 느끼기 때문임을.
그리하여 너희들은 포옹으로부터
영원을 약속한다. 하지만 너희들이
첫 눈길의 놀람과 창가의 그리움을 이겨내고,
단 한 번 정원 사이로 걸었던 너희들의 첫 산보를 이겨낸다면
그래도 너희들은 그대로인가.
너희들이 서로 상대방의 입에 입맞추고 음료를 불어넣으면,
오, 거기서 몸을 빼는 것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까.
아티카의 묘석 위에 그려진 인간의 몸짓의 조심스러움에
너희들은 놀라지 않았는가.
사랑과 이별이, 마치 우리와는 다른 소재로 만들어진 듯,
그토록 가볍게 어깨 위에 걸쳐 있지 않았던가.
몸통 속에는 힘이 들어 있지만
그토록 누르지 않고 쉬고 있는 그 손들을 생각해보라.
스스로를 억제하는 것, 그렇게 서로를 어루만지는 것,
허나 신들은 그보다 세차게 우리를 압박하니, 그건 신의 몫이다.
우리도 순수하고 절제되고 좁다란 인간적인 것을,
그래 강물과 바위 사이에서 한 줄기 우리의 밭이랑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의 마음은 신들을 넘어섰듯 우리까지도 넘어서기에.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는 그림들에서나,
아니면 더욱 위대하게 우리 마음이 억제된
신의 몸에서도 우리를 볼 수 없다.
마리 폰 투른 운트 탁시스 호엔로에 후작부인에게 헌정한 원고
Delerium - Flowers Become Scr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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