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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김 경주 / 못

by 알려하지마 2010. 9. 18.

 

 

 

 

 

Patrick Martin  (France)

 

 

                               Lisbon

 

 

마치 영화처럼 네가 내 눈을 지나  차마 뜰 수도 감을 수도 없이, 날 선 그리움에 베이다.

 

 

                               Ishad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김경주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

빨간 거미 한 마리가

입 밖으로 스스르 기어나올 때까지

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МакSим - Тихо, Тих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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