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Friel (United Kingdom)
더는 무너질 것 없을 때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렸다
바람을 부르는 폐허는, 그 바람의 잔해로 가득하다
바람의 끝은
그을음 가득한
지붕들의 부서진 연잎 근처였으리라
불꽃으로 새겨놓은 시간의 흔적
슬픔의 농도만큼
서서히 지층으로 가라앉는다. 그 울림은 깊다
바람이 남겨놓고 간 시간의 잔뼈
제 몸속으로 스며들어 가득 차올라서
목울대 울릴 때
엷은 꽃잎 꽃대도 없이
그대 눈썹 그림자 어른거리듯 피어난다
폐허에서 피어나는 꽃은 지지 않는다
상처에 뿌리를 내리는, 천 년 동안 피어나는
들꽃은, 바람의
흔적이다
바람의 꽃이다
김 경성 / 바람의 꽃
Delerium - Angeli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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