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ria Sigismondi (Italy)
절망은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쟈끄 프레베르
공원의 벤치 위에
한 사람이 앉아 지나는 행인들을 부른다
그는 낡은 회색 옷에 코안경을 걸치고
여송연을 피우며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을 부른다
때로는 그저 손짓만 한다
그를 쳐다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으면 안 된다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를 보지 못한 척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척
발길을 서둘러 지나가야 한다
혹 그를 쳐다본다면
혹 그의 말을 듣는다면
그는 당신에게 손짓할 게고
그럼 당신은 그의 곁에 앉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는 당신을 보고 웃을 게고
당신은 지독한 고통을 느낄 거야
그 사람은 계속 웃을 게고
당신도 같은 식으로 웃을 거야
어김없이
웃을수록 당신은 더 고통스럽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울수록 당신은 더 웃는다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당신은 그곳에
그렇게 웃으면서 벤치 위에
꼼짝없이 앉아 있다
아이들은 옆에서 뛰놀고
행인들은 평온하게
그들의 길을 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닌다
그리고 당신은 그곳에
그렇게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이 행인들처럼
평온하게 제 길을 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닐 수 없음을
Goldfrapp - Deer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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