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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박 진성 / 물의 나라

by 알려하지마 2015. 1. 18.

 

 

 

 

 

 

        Lisa Russo - Yellow Sunflowers In A Vintage Tone

 

 

 

'방향 없는 바람이 방향 없는 공중을 떠도는 것처럼'
시인의 말처럼

 

긴 목을 가지고
그 바람을 바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너는 좋겠다

 

 

 

Caitlyn Grasso - Blush        

 

 

 

 

 

 

 

 

네가, 너 몰래 열어놓은 문틈으로
네가, 네 몸을 씻는 지금,

 

벗은 눈이 벗은 문틈을 열고
알몸의 물이 알몸의 소리와 섞이는 지금,

 

모르는 슬픔이 나 몰래 옷을 벗는다

 

물의 손이 뚝, 잘려
저 공중은 물의 피를 네 몸에 퍼붓는 것일 텐데

 

늪지대를 보고,
늪지대에 저 혼자 서 있는 키 큰 식물을 보고,
물의 정부(情婦)가 키우는 몰랫자식이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다 벗은 너는 지금, 다 벗은 늪의 식물 같다
다음 생이 있어 물에게도 다음 생이 있어
나는 네 몸에 닿는 지금의 물이 될 텐데

 

어린 물이 네 하초에 매달려 걸어오는 지금,
나 몰래 열어놓은 슬픔으로
눈동자에 맺힌 어린 물을 닦는 지금으로

 

아무도 모르는 늪지대에서 처음 만나는 식물들처럼
지금,

 

 

 

박 진성 / 물의 나라

 

 

 

 

 

 

 

 

 

 

 

 

 

 

 

 

 

 


           

 

Brian Crain - The Edge Of A Pe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