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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이 준규 / 네모 外

by 알려하지마 2015. 2. 8.

 

 

 

 

 

 

        Barbara Lanza (Italy) - In Blue Room

 

 

 

 

 

 

네모

 

전축 앞에 서 있었다. 마치 하나의 네모처럼. 전축 앞에 거울이었다. 전축 앞에 서 있었다. 전축은 네모. 음악은 없었다. 물과 바람은 없었다.

나귀도 없었다. 전축 앞에 서 있었다. 너는 네모. 어떤 전축도 없었다. 아무 전축도 없었다. 나는 네모 앞에 있었다.

 

 

 

 

가도 가도 눈이었다. 당신은 나를 영원히 바라보았다. 나는 언덕을 오르다 돌을 줍기도 했다. 주운 돌을 주머니에 넣고 가도 가도 눈이었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기도 했다. 숲 속에서 검은 잎을 줍고 가도 가도 눈이었다. 강에 나가 오리를 셌다. 노랑턱멧새를 만나기도 했다.

당신은 참 좋다고 했다. 당신은 미안하다고 했다. 가도 가도 눈이었다. 가도 가도 눈이었다.

 

 

 

얼굴

 

너의 얼굴이 흐른다. 너의 얼굴이 비낀다. 너의 거울. 너의 얼굴. 나는 너의 얼굴을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낙엽이 흐를 때, 새가 솟을 때,

나는 어디에서 나 너의 얼굴을 만졌다. 나는 어디에서나 너의 얼굴 안에 있었다. 아무 것도 지우지 못했다.

너는 언제나 잊히는 얼굴 하나였다. 나는 그날 너의 얼굴을 걸었다. 바람은 같았다

 

 

 

 

이 준규

 

 

 

 

 

슬픔이 무겁게만 흐른다면 다 가지 못해서일 게야

 

 

 

 

 

 

 

 

 

 

 

 

 

 

 

 

 

 


           

 

Plan B - She S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