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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 Me/It s Me

지기 위해, 그리 꽃

by 알려하지마 2009. 7. 9.

 

 

 

 

 

 

         

                                                                                                                                    Rikki Kasso - Sacred and Sacred           

 

 

 

 

 

 

 

 

 

 

 

언제나 생은 아득하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나무 넘어가듯

신장의 일부를 다시 내 주고서야

나는 덤덤히

또 하나의 나를 내어줄 수 있었다.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

그럼에도

끝에 다다르기는 이리도 어려운지.

모를 일이다.

 

10퍼센트의 기능이라고 했다.

안다고 했다.

간. 쓸개. 등등의 기능도 이미.

안다고 했다.

어쩌려고 그러느냐 물었다.

그래도 말이에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참 쉬운 게 아닌가 봐요.

그래도 아직 나이….

나는요 더 아득한 게

10이나 남았다는 거여요….

멍한 얼굴로 봐주는 이에게 나는 웃었다.

 

 

 

등에 칼이 꽂히듯.

아, 이번에는 얼마나 가려나.

 

 

 

 

 

그랬을 것이다.

내가 너를 나로 안아 든 이유

적당히 걸쳐진 생과

적당히 걸쳐진 죽음 앞에서

사는 게 억울한 나와

죽는 게 억울한 너로

그렇게 각각 안아 든 뼈 깊은 추위였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의 온기면

목을 따도 좋을 것 같았던

내내 냉기에 대한 반란이었을 것이다.

 

 

너의 얼굴도. 너의 상황도, 너의 무엇도

나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추웠을 너의 지난 시간이

내 뼈 사이 사이를 바람으로 설렁거리는

철저한 상실의

통정

 

 

 

유혹을 논하기에는, 그저 빈

허허벌판에서 목 노아 우는 바람으로

안아 든

그저 형상이었을 것이다.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은

그게

그게 다였다.

 

내 시간 마디마디

옹골찬 얼음으로 베일 듯

빛나는 추운 시간을

너를 나로 녹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서로 온기일 거라는

망상의 출발이었는지도.

 

 

 

하나의 초콜릿으로

십일의 울음이 잠재워졌고

백일의 겨울을 게워낸 흙빛 같은 추위로 앓아야 했다.

 

형벌

손끝을 녹인 죄로

온몸을 벌거벗겨 한겨울로 앓았다.

 

 

그리. 너.

 

 

설컹설컹. 한겨울 빈집에 이가 맞지 않는 문처럼

너는 불현듯 찾아와 반가울 새도 없이

언제나 내게 이별을 고했다.

 

 

네 술잔에 일렁이는 술보다 몇 배의 독한

눈물을 심어놓고 너는 언제나 떠났고

언제나 돌아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 목을 칼로 박듯, 말을 찌르곤 했다.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는. 교차하는. 묘한 찰나를

나는 언제나 허둥거리며

아무것도 정의할 수 없었다.

 

 

살아만 있으라고.

 

 

 

 

 

 

사람은 사람을 심는 것이 아니라는

달관한 땅의 진리에도

사람이어서 사람을 심고 싶었다.

내가 사람이어서

네가 사람이어서

사람으로 사람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살고만 싶었는지도 모른다.

 

 

죽어주지 못했다.

나 또한 죽어지지 않았다.

 

 

네가 하나 둘 칼끝을 세울 때마다

스스로 달려들어 가

그 칼끝을 나로 안았는지도 모른다.

찌르고 찌르고

찔리고 찔리고

무모한 되풀이에서도

나는 왜 그리 웃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내 눈물보다 먼저 허물어질

너의 단단함이 싫었는지도 모른다.

 

 

너덜너덜

형체도 의미도 근거도 없이

지루하고 무모한

그러고도, 나는 그러고도 너였다.

 

 

 

아픔보다 더 아프게 하는 나라고

힘든 것보다 더 힘들게 하는 나라고

죽을 수도 없게

형벌로

그리 나라고.

 

안다고

그리 아프게 했을 나라고

그래서 울음조차 네게는 죄로 묻어야 했다고

 

 

 

 

어떤 것도 묻지 말라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통증

그리고 신열

 

 

 

생은 언제나 아득하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나무 넘어가듯

나를 다시 내 주고서야

다시 너를 내어주고서야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별을

너를 나를

그리 오래도록 물고

땅에 시간이 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leni Karaindrou - To Vals Tou Gam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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