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운 것이 무어냐고.
그저 꽃 그늘
다인 것도 아닌 것도
드러냄도 가려짐도
아닌
빛의 무게로부터 떨어지는 그늘들
그 속에서 잠시
머무는.
이 희옥, 뿌리를 내리는 꽃그늘
때때로 잎새들이
몇 줌 움켜쥐고 내려가는
저 길 밖의 고요
언젠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어둠처럼
고요는 휘어진 말들의
흔적을 씻고 기다린다
정말 기다리면 기다림이 올까
고요의 눈짓을 통해
맨 처음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 시작에서 키운
우물 밖의 하늘을 기억한다
애처러운 초록의 잎새마저
왠지 지쳐 보일 때
작은 나무의 줄기들
가만히 이마에 맞대면
어느새 빛깔이 고우며
존재의 경계선을 뭉쳐서 빛이 된
이승의 힘으로
손발이 접힌 마음을 밀어낸다
나, 한때는 바람이
구름의 뒷덜미를 잡아
비가 된 줄 알았다
그러나 오랜 옛날 그리움으로
스스로를 젖어
바람이며 구름이며 천둥도
그렁 그렁 어울린다는 것을
젖다가
그렇게 잡풀의 몸 몇 개를
버려 놓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일어남이 무수한 변화를 예고하듯
길 밖에서 머물게 하는
모든 이름들의 저 소리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잎들은 일제히 눈을 뜨고 있다
그곳에서
글썽한 눈빛을 감추지 않아도
나의 확신을 위하여
확신의 꽃그늘에서 내리는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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