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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정 우영 / 늙은 자전거에게 경배를

by 알려하지마 2010. 6. 23.

 

 

 

 

 

 

 

 

 

Andre Burian (Brazilian, B.1966)                            

 

 

 

 

 

 

 

 

 

 

 

 

늙은 자전거에게 경배를

 

 

정 우영

 

 

 

할아버지는 결국 거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머니는 집안에 있는 거울들을 짙은 시트지로 다 가려놓았으나 늙은 자전거의 깨진 백미러까진 챙기지 못했따. 몸을 잘게 나누어 낱낱의 거울 속으로 들어간 할아버지는 자전거의 찌그러진 벨을 따르릉 울려 자신의 부재를 알려왔다. 한동안 식구들 어느 한 사람 눈치채지 못했으나 곧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로 다 알아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는 내 등을 떠밀어 자전거 앞에 세웠다. 나는 마지못해 자전거에게 큰 절 올려 이미 거울 저편으로 사라져 간 할아버지를 배웅했다.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온 할아버지의 애잔한 고린내가 백미러에서 흘러나왔다. 식구들은 자못 경건한 자세로 자전거가 풍기는 고린내를 음미하고 있었다. 반짝 무지개 같은 빛이 백미러에서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아린 코끝으로 할머니 들쳐 업은 할아버지가 싸하게 스쳐 지나갔다. 곧 큰눈이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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