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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진 은영 / 그날

by 알려하지마 2010. 9. 8.

 

 

 

 

 

 

They Call Her Freedom                         

 

 

                         Tatiana Volontir

 

 

 Heart Asks For Pleasure Firs                         t

 

 

 

 

 

 

 

 

 진 은영 / 그날

 

 

 

처음으로 시의 입술에 닿았던 날
내가 별처럼 쏟아져 내리던 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환하고도 어두운 빛 속으로 걸어간 날

 

도마뱀을 처음 보던 날
나는 푸른 꼬리를 잡으려고 아장아장 걸었다
처음으로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던 날

따스한 모래 회오리 속에서
두 팔 벌리고 빙빙 돌았던 날

 

차도로 뛰어들던 날
수백 장의 종이를 하늘 높이 뿌리던 날
너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커튼의 파란 줄무늬
그 뒤에 숨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양손에 푸른 꼬리만 남기고 네가 사라져버린 날

 

누가 여름 마당 빈 양철통을 두드리는가
누가 짧은 소매 아래로 뻗어나온 눈부시게 하얀 팔꿈치를 가졌는가
누가 저 두꺼운 벽 뒤에서 나야, 나야 소리 질렀나
네가 가버린 날

 

나는 다 흘러내린 모래 시계를 뒤집어놓았다

 

 

 

 

 

 

 

 

 

 

 

 

 

 

 

 

 

 


           

 

Severina & Boris Novkovic - Ko Je Kr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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