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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유 영금 / 봄날 불지르다 外 3

by 알려하지마 2011. 3. 4.

 

 

 

 

 

Jennifer Bruget  (France) 

 

 

 

 

   봄날 불지르다 

 

 

   머리칼에
   신나를 바르고
   성냥을 그어댄다
   지글지글 타는 두개골
   냄새의 찌꺼기가
   봄날을 쾅 닫는다

 

   누가
   나를 맛있게 먹어다오

 

 

 

 

 

   살아내기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
   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
   햇살보다 눈부시다


   해질무렵
   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
   서럽 깊이 넣어 둔다


   우기의 나날에도
   곰팡이가 피지 않게
   나프탈린 몇 알과,

 

 

 

 

 

 

 

 

 

 

 

 

 

   나도 꽃으로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고혹스럽게 부드럽게
   휘감아 오는 누가 있어 돌아보니
   하늘가 수런거리는 햇살 이더군
   귓부리를 물고 속삭였지


   하늘 귀퉁이 한 뼘 내줘, 죽도록 필게.

 

 

 

 

 

 

   유서

 


   나는 나를 만나러 가오
   불행의 어미 시로부터 달아나오


   미안하지만 시계소리 잠깐만 꺼주오
   시간의 틈을 빠지는 사이 안구를 꺼내
   세상이 그리워 눈뜨지 못하는 이에게 옮겨주오
   가능한 다른 장기도 꺼내 사용하시오
   시신기증 번호는 699라오


   구경하지 않아도 좋았을 곳,
   갯벌 해조울음이 나를 깨워도 오지 않겠소

 

 

 

 

   유 영금

 

 

 

 

 

 

 

시간의 틈을 빠지는 사이 안구를 꺼내   세상이 그리워 눈뜨지 못하는 이에게 옮겨주오            

 

 

 

 

 

 

 

 

 

 

 

 

 


           

 

Mia Martini - Oltre La Coll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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