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uel Ruiz Pipo (Spain, 1928-1998)
그의 그림을 접할 때면
나 아주 작은 형용사야라는 글이 생각났다.
답습으로 지루하게 굳어가는 사고
표현 또한 무작위적 명화라는 이름으로
싸구려로 전락하는 아름다움에
신물이 났을지도.
이미 시대를 거쳐 간 사람이지만
그의 그림이 좋다.
다양한 시도가 좋고 획일화되지 않은
대담한
자신만의 표현이 좋다.
나무난로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여자의 갈비뼈 하나를 꺼내 들고
한 사내가 시간을 쪼개고 있다
난로 위엔 시간으로 끓인 주전자가
저 혼자 은밀하게 끓어 오르며
노란 잠수정처럼 떠오르고 있다
시간을 쪼개다 지루해진 사내는
여자의 갈비뼈를 시간의 장작더미 위에 던져놓곤
정물처럼 버려져 있는 여자 속으로 들어간다
나 삼류야 양아치야 독 많은 옻나무야
뒷산 올빼미야 (넌) 아주 작은 형용사야
이제 네 갈비뼈는 너무 무뎌졌고
정물 같은 너도 지루해
나무난로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시간으로 끓인 주전자엔
지루함도 바닥이 난다
여자는 식어버린 나무난로에 기대
무뎌진 갈비뼈를 들고 밑줄 긋는다
나 아주 작은 형용사야
안 현미 / 아주 작은 형용사야
Leonid Kogan - Cantabile / Pagan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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