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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

유 희경 / 지난날 비는

by 알려하지마 2011. 4. 17.

 

 

 

 

 

Lucas Romanholli  (Brazil)

 

 

 

 

 

 

 

 

 

 

 

 

 

 

 

 

 

 

 

 

 

 

 

 

 

 

 

 

 

 

 

 

 

 

 

 

 

 

 

 

 지난날 비는,

 

유 희경

 

 


십 년 전 녹음했던 비틀스처럼
비가 내리려 한다
벽지에 그려진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몸이 아픈 어두운 오전
집주인 몰래 아이들은 또 목줄을 잘랐다
개는 늘 줄을 당기던 방향으로 달려간다
구부러진 골목을 따라 개의 뒤를 쫓는
아이들의 환호성
등을 돌린 당신은 오른쪽으로 말하고
왼쪽으로 듣고 있다 나란히 누워
서로를 훔치고 있는 우리는
집주인이 개를 부르는 소리 근처에
살고 있다 개 이름과 내 이름의
사이로 발톱을 세운 비가 내린다
돌아보지 않을 만큼
축축하다는 말 뒤에 비가 비쳤고
비는 축축하다는 말이 뱉어놓은 가래
한쪽은 보고 한쪽은 잊는다
오래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시력을
약상자를 꺼내듯 열어본다
눈동자 너머 소독약 냄새를 풍기며
지난날이 쓰러져 있다
앞은 뒤를 그리워하고
뒤는 앞을 참는 기묘한 데자뷔
창밖, 발톱 소리 같은 당신의 등 그리고 개

 

 

 

 

 

 

 

 

 

 

 

 

 

 

 

 

 

 


           

 

Candan Erçetin - Olm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