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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글 나들이90

류 근 / 황사 Renata Vogl (Slovakia, B.1969) - Let Me Out 황사 류 근 사막도 제 몸을 비우고 싶은 것이다 너무 오래 버려진 그리움 따위 버리고 싶은 것이다 꽃 피고 비 내리는 세상 쪽으로 날아가 한꺼번에 봄날이 되고 싶은 것이다 사막을 떠나 마침내 낙타처럼 떠도는 내 고단한 눈시울에 흐린 이마에 참았던 .. 2014. 3. 6.
신 용목 / 그것을 후회하기 위하여 Philomena Famulok - The Skinning Of Dreams 그것을 후회하기 위하여 신 용목 나는 후회가 많은 사람이지만 아침마다 눈을 뜬다, 가장 분명한 당위는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을 후회하기 위하여 나무들은 침묵으로 자신을 견딘다, 눈부신 높이의 부르튼 침묵 속에서 아무도 운명에 의견을 제출한 적 없.. 2014. 2. 27.
김 행숙 / 그곳에 있다 그곳에 있다 신체는 깎아지른 듯 절벽이 되었어 기도하기 좋은 곳 자살하기에 더 좋은 곳에서 나의 신체는 멈추었다 나는 그리워했다 그리워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 절벽에 매달린 기분으로 너의 손을 잡았을까 그런 기분으로 너의 손을 놓칠 때 허공을 할퀴는 분홍 손톱들이 활짝 피어.. 2014. 2. 25.
노 춘기 / 이 버튼을 누르지 마시오 Robert Ivanovich Sturua (Georgia, 1916-198?) / Elene, 1960 노 춘기 / 이 버튼을 누르지 마시오 네가 입술을 닫기 직전에 혀가 살짝 입천장을 향하는 순간이 있다. 상상이 그 입술 안쪽으로 쏟아지는 그런 시간은 짧다 기억이 없다 이 빈 방에, 내가 누를 수 있는 건 방문을 잠그는 버튼밖에 없다 몸을 일.. 2011.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