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도 같다고,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과 환희 속에서도
끝내 말을 물고 전하지 않았다
단 한마디도 내 진심을 전하지 않았다
Nikelena
네가 미쳐가는 시간에 그는 내 등을 떠밀며
만나라고, 네가 원하는 내가 원하는 모두를 다 하라며
너를 너무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두 사람 다 이해할 수 없었다
보내달라는 말에
.. 힘들어지면 .. 다시 오라고
기다리겠다고
밤새 눈물을 쏟던 그가 젖은 베개를 베고
고통스럽게 잠들어 있었다
강간. 꿈에서조차 상상한 적 없던 그런 일
한차례 지나쳤을 뿐
내 눈에 정조준된 적 없는 모르는 이에게
길에서 몇 시간을 두드려 맞고 벌어진 일
저녁 무렵이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국에서. 우리는 동족이었으니까
두 번의 자해 끝에 휴학
네가 청혼을 했다
7년 만의 꿈 같은 일임에도 답할 수 없었다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던 건
나를 위한 내가 아니라, 너에 대한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더럽다고 스스로 찍은 낙인이었으니까
배우가 극본을 외우듯 너에게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수없이 되뇌면서도
너에게 입 떼지 못했다
그렇게 일 년
밑도 끝도 없이 창부 같은 개념의 나를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네가 낯빛을 거두며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그리고 한 달
너는 결혼을 했다
그날
나는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그에게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삼류 같은 내 사랑을 비롯해 모든 이야기를 했고
밥을 먹는 것 같은. 옷을 입는 것 같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 왜 그리 오래 아파하느냐 되물었다
그와 친구가 되었고
오랜 시간 후
여자와 사랑. 이 엮임이 싫은 그와 결혼을 했다
누구든 그만하자 할 때 선선히 응하는 조건
각기의 영역과 공유가 철저히 구분된
십 년의 시간을 넘어 네가 왔을 때
나는 아련하고 몽롱한 봄빛처럼
그저 좋았다
목이 메지도 격한 통증도 없이
지난 시간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너는 웃지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철저한 준비로 무장되어 있었다
각혈이어도
이보다 더 핏빛일까
너무나 처절해서, 나의 사랑은 그저 한편
어린이 단막극이 되고 말았다
사랑
그리고 신의
아무리 절대적이었다 해도
나 좋자고 다른 이에게 다시 상처를 부르는
그 피를 전가할 수는 없었다
.....
나도. 나도 같다고,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과 환희 속에서도
끝내 말을 물고 전하지 않았다
단 한마디도 내 진심을 전하지 않았다
김 범수 - 일생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