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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희경 / 지난날 비는 Lucas Romanholli (Brazil) 지난날 비는, 유 희경 십 년 전 녹음했던 비틀스처럼 비가 내리려 한다 벽지에 그려진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몸이 아픈 어두운 오전 집주인 몰래 아이들은 또 목줄을 잘랐다 개는 늘 줄을 당기던 방향으로 달려간다 구부러진 골목을 따라 개의 뒤를 쫓는 아이들의 환.. 2011. 4. 17.
김 혜순 / 한 잔의 붉은 거울 Alina Maksimenko Keti, 2006 Gia, 2006 한 잔의 붉은 거울 김 혜순 네 꿈을 꾸고 나면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창들은 불을 다 끄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밤거리 간판들만 불 켠 글씨들 반짝이건만 네 안엔 나 깃들일 곳 어디에도 없구나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2011. 4. 5.
이 경임 / 부드러운 감옥 外, 3 Alina Maksimenko (Ukraine, B.1974) 서쪽 창가엔 빈 꽃병이 있었다 1 오래 전부터 서쪽 창가엔 빈 꽃병이 있었다 남자는 화원 속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그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꽃들을 돌보았으며 뿌리 없는 그의 꽃들을 자랑스럽게 내다 팔았다 그가 탕진한 하루만큼 그의 화원은 서쪽으로 기.. 2011. 3. 21.
유 영금 / 봄날 불지르다 外 3 Jennifer Bruget (France) 봄날 불지르다 머리칼에 신나를 바르고 성냥을 그어댄다 지글지글 타는 두개골 냄새의 찌꺼기가 봄날을 쾅 닫는다 누가 나를 맛있게 먹어다오 살아내기 슬픔을 빨아 맑은 하늘에 널면 구름 사이로 펄럭이는 슬픔 자락들 햇살보다 눈부시다 해질무렵 보송보송한 슬픔을 걷어 서럽 .. 2011.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