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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s Prevert, 쟈끄 프레베르 / 절망은 벤치 위에 앉아 있다 Floria Sigismondi (Italy) 절망은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쟈끄 프레베르 공원의 벤치 위에 한 사람이 앉아 지나는 행인들을 부른다 그는 낡은 회색 옷에 코안경을 걸치고 여송연을 피우며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을 부른다 때로는 그저 손짓만 한다 그를 쳐다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으면 안 된다 그냥 지나쳐.. 2011. 1. 30.
고 은강 / 월광 소나타 外 Federico Bebber / Adagio 고 은강 붉은 달 달이 얼굴을 뭉개며 미숙아처럼 떠오른다 저 일그러진 달 하나 먹고 고구려처럼 광활해지는 여자는 욕망의 수녀인가 금욕의 창녀인가 한껏 게을러 진 피가 눈부신 격정으로 회전하고 세상이 반대하여 첫 남자와 살을 섞지 못한 나는 더럽고 비루하다 아주 오래된 .. 2011. 1. 28.
신 용목 /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Theresa Lucero Sound Touch Intuition Emotion Thought Sight Equine Solstice 신 용목 /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塔을 말하는 일은 塔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 2011. 1. 27.
문 혜진 / 고장난 방 Claude Fauville (Belgium, B.1940) 문 혜진 / 고장난 방 창도 가구도 없는 방 안에서 안테나를 뽑고 텔레비전을 켤 것이다 냉각기를 뜯어내고 냉장고 속에서 무어라 수다를 떨어댈 것이다 곧 무너지리라 한 무더기의 바퀴벌레, 서로의 속살을 깨물고 등을 보이며 퉤퉤 침을 뱉는다 수많은 당신과 .. 2011. 1. 26.